“취미 활동을 통한 암환자의 정서 치료”

<5> 나를 잊는 몰입의 시간, 수공예 테라피

암환자에게 있어 수공예를 취미 활동으로 삼는 것은 치료 과정의 고통을 잊고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수공예라고 해서 대단한 손재주나 특별한 디자인 감각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재료를 활용함으로써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소소한 창작 과정입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는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는 수공예 테라피는 치료 기간에 동반되는 심신의 고통을 잊고 피폐해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일종의 치유 과정입니다.

- 몰입이 주는 심리적 효용

행복해지려면 일과 취미에 빠지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몰입을 통한 내적 보상과 행복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암환자분들의 정서를 치료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시사합니다.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다양한 저서를 통해 몰입의 효용에 대해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몰입 상태에서 느껴지는 내적인 만족과 행복감,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삶의 질 향상을 ‘플로’(flow)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삶에 있어서 몰입이 주는 가장 큰 효과는 고통의 경감과 자아의 확장입니다. 몰입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고통을 잊게 되고,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고통과 스트레스가 서서히 줄어들고 새롭게 자아를 찾는 과정이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것입니다. 몰입은 트레이닝을 통해 얼마든지 학습과 발전이 가능하며 수공예 활동이 그 훌륭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 추천하고 싶은 수공예 활동

수공예 테라피를 시작할 때는 적당히 어려우면서 충분히 성취가 가능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난이도가 너무 낮을 경우 따분하고 지루해 효과가 반감되기 쉽고, 너무 어려울 경우에는 치료로 지친 몸과 마음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너무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작업에 임할 경우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적당한 시간 작업한 후에는 반드시 일정 시간의 휴식을 취해주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항암치료 당시, 단계별로 차근차근 난이도를 높여가며 수공예 테라피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양한 종류의 수공예 활동은 작업물의 형태와 활용 방향에 따라 총 3단계 정도로 분류해볼 수 있겠습니다.

1단계는 매뉴얼을 보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립하는 활동입니다. 나노블럭이나 간단한 모양의 프라모델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보통 수집이나 소품 장식을 목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2단계는 정해진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원하는 모양을 머릿속으로 그려내며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종이접기나 점토 공예가 대표적인데, 키홀더 등의 액세서리로 활용하거나 다수의 작업물을 모아 선물로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3단계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단계입니다. 비즈 공예로 액세서리를 만들어본다던지, 패브릭 소재를 활용한 바느질이나 뜨개질, 양모펠트 인형 만들기, 천연비누 만들기, 캘리그래피 제작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수공예 활동은 다소 난이도가 있는 활동으로 일상에서 활용하거나 소규모의 창업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활동입니다.

- 성취감이 주는 삶의 기쁨

투병 기간에는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나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활동 영역이 줄어들고 일상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환자의 마음속에는 공허감과 불안함 같은 것이 깃들기도 합니다. 허해진 마음 한 구석에 몰입감을 부여하여 시간의 공백을 채워주는 정서치료 활동이 바로 수공예 테라피입니다.

새로운 활동으로 몰입과 성취를 경험하게 되면 평소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에너지와 활력이 발생합니다. 그 에너지를 치유의 동력으로 삼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치료의 고통을 경감시킴은 물론이고 완치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환우 여러분께서도 마음속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공예 테라피를 통해 일상의 기쁨과 삶의 활력을 얻으셨으면 합니다.